북, 북미회담 ‘후원자’ 얻고… 중, 한반도 ‘차이나 패싱’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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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하기 작성일18-03-30 07:37 조회1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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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방문한 김정은 의도
美 볼턴 등 초강경 매파 강공에
북중 관계개선 맞불 ‘기선 제압’
비핵화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
대북제재 완화 등 탈출구도 마련
협상불발ㆍ결렬 이후도 대비한 듯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 연합뉴스 평양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방중해 관계가 경색됐던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한 건 무엇보다 막 강공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비핵화 협상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협상 불발이나 결렬 이후에 대비한 포석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일단 역시 전격적이었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강경파 인사 기용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부른 핵심 요인인 걸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7일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내정한 존 볼턴은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비핵화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초강경 매파’”라며 “미국의 강수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협상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북한은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예전 6자회담 같은 다자 간 협의가 북중 모두에게 유리한 만큼 미국을 설득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맞불 성격의 적극적 기선 제압용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중관계를 개선해 한국 말고 미국을 상대할 추가적 전략 카드를 만든다는 의미뿐 아니라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지역 현안에서는 여전히 자기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상태에서 협상에 들어가려는 계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차피 경제 회복이 핵을 거래 대상으로 내놓은 주된 목적인 만큼 이 참에 대북 제재 완화의 지렛대를 마련해 놓겠다는 심산일 가능성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오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탓에 악화한 경제 상황이나 경제적 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 북한에게 관계 개선이 더 시급한 쪽은 남한보다 중국”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볼턴 같은 강경파의 등장 탓에 자칫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대북 제재가 더 강화할 게 뻔한 만큼 그때를 대비해 탈출구를 만들어놓는 일이 북한으로서는 절실할 수 있다”고 했다.
선례 등을 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예견된 일이었다. 정성장 실장은 “2000년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한과 6월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서 5월에 먼저 방중, 장쩌민 주석을 만났다”며 “김 위원장이 아니라면 굳이 특별열차를 이용해 비밀리에 방중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북중 간 정상급 대화의 조건으로 중국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김 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배경을 직접 설명한 뒤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협상 지원이나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한 협조를 중국에 요청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김정은 초청한 시진핑 의도
美 주도로 한반도 정세 급변하자
다급해진 中, 먼저 北에 손 내밀어
주도권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감
비핵화 회담 中 역할 확대 위해
6자 등 다자협의체 논의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의 최고위급 사절단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열차가 27일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적인 베이징 방문으로 중국은 남북ㆍ북미정상회담 와중에서 제기됐던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새로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역시 김 위원장을 자신의 영향력아래 두고 있다는 점을 과시, 중국 공산당 및 중국인들에 대한 위신을 세운 것으로 평가 받는다.
27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전격 방중 및 베이징에서의 일정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베이징행은 중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색된 북중관계를 감안하면 극적인 상황 반전인데, 중국이 한반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만큼 북중관계 개선에 더 절박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급속히 진행된 남ㆍ북ㆍ미 3자 중심의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중국은 소외된 상황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및 안전 보장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려면 북중관계 개선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앙금까지 겹치면서 상황 돌파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국 북중 정상 중 더 다급한 쪽이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 주석이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상무위원급 이상의 고위급 중국 특사가 은밀하게 먼저 북한을 방문해 시 주석의 초청장을 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주부터 중국 관영언론에서는 이런 징후가 이미 포착된 상태였다. 환구시보 등이 북한 체제를 옹호하면서 북중 간 우호관계를 강조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 “중국 정부로선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미국 주도로 흘러가지 않도록 만드는 여건 조성에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한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협의체 구성에 북한 동의를 얻어내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초강경 매파를 등용하면서 북한이 조급해진 틈을 노려 적극적인 손길을 내밀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 등 세계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압박해오는 미국에 맞서기 위한 또 다른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전격적인 대북 접근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중관계 완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제재 해제가 필수적인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국을 자임하는 중국으로서는 유엔 차원의 제재 약속을 파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중 정상이 모처럼 만났지만,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등 추상적 수준의 덕담 이외에는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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