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공약까지 했는데…여당 "100% vs 정부 "70%" 재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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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준경효 작성일20-04-21 18:20 조회1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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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범위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정부를 압박하며 '전 국민 지급'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이견차 맞서다 더 긴급한 산업·고용부문 지원 타이밍 놓칠 수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지급 대상 범위를 두고 당정간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효율적 재정 활용을 위해 '소득 하위 70%'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버티는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확대 지급' 방침을 고수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21대 총선 압승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코로나 대응 정책이자, 총선 공약이라 입장 뒤집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두고 기싸움을 하는 동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 분야 지원은 늦어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씩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21대 총선 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지원금 추경에 대해 "상임위 및 예산결산위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하고 5월 초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당선자 가운데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는 말이 나오는 거 같은데, 자기 당이 선거 때 공약한 것을 바로 뒤집는 수준"이라며 "야당이 또 이 문제를 정쟁거리로 삼으면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총선 전 당초 '소득 하위 70%'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가 통합당이 '100% 지급'을 내세우자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원금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며 "선거 때 한 약속을 실천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4월 안에 추경안 처리를 마치고 5월 초 모든 국민이 지원금을 받게 해야 한다"며 '전 국민 지급'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 방침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이자 총선 때 통합당도 찬성한 것"(박주민 최고위원),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 온 국민들은 보상받을 자격이 충분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서(남인순 최고위원), "이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성격상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훨씬 정의롭다"(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 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재원은 국채를 추가 발행해 약 3조3000억 원을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소득하위 70%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여력을 축적해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달 19일 서울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소득 하위 70% 지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더욱 심화될 상황에 대비해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재정 여력을 축적해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 정부 시정연설에서 "지원 대상 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같은 방침을 재차 역설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가구소득 하위 70% 이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이 언제까지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추가 재정역할과 이에 따른 국채발행 여력 등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70% 지급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지난달 29일 당정청 협의회 때는 소득하위 50%에게만 지급하자는 안을 주장하다 여당과 청와대 인사들에게 "답답한 소리한다"는 말까지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 같은 고수 방침에도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밀어붙이면 정부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비공개 고위 당정청협의에서도 정부에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위로는 당정 간 이견차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당 의견으로 수렴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실제 이날 미묘한 변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당정 간 이견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부분과 정부의 입장 간에 서로 평행선만을 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국회에서 7조6000억 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여기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소득하위 70%' 지급 내용이 담겼다. 정 국무총리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총선 전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효율적이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논쟁이 길어지며 정작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 등과 산업 부문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70%만 준다는 건 재분배 정책 성격이다. 그렇게 되면 계층간 갈등 구도가 분명해지니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치권이 다 준다고 한 것"이라며 "현재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행정부는 정치권과 달리 지출 용도가 중요하다. 70%든 100%든 재정 지원시 용도가 적합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그나마 행정부의 방안이 합리성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당초 70%가 아닌 40~50% 정도로 했어야 했다. 그러면 재산 등 선별에 큰 문제가 없는데 70%까지 확대되면서 누가 대상이냐로 선별하는 게 골치 아프게 됐다. 70% 지급으로 한 것 자체가 정치적 타협을 한 거다. '50% 지급'으로 했다면 훨씬 더 신속하게 예산도 적게 하고 중요한 지원 이슈로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아니고 긴급재난지원방지금, 즉 긴급재난지원을 막는 돈이 돼 버렸다. 적지 않은 돈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낭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정치권과 정부가 시간을 너무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이나 이른바 특수 고용노동자, 프리랜서들이 코로나로 1차 직격탄을 받았는데 이들에 대한 지원이 규모도 너무 적어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2차로 항공부터 자동차 산업 등 실업, 고용 문제도 돈이 든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재정을 확보하고 2차에서 시급히 다뤄져야 하는 것들"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건 다 빠지고 한 달 넘게 지원금 얘기만 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예산을 쓰는 건 효과도 없다. 현재는 70%를 주든 100%를 주든 장단이 있기 때문에 뭘 하든 간에 시작을 했으니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말 중요한 문제를 논의조차 못하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청취한 민주당 이인영,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등 여야는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추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더구나 4·15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당 수습 방안을 놓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재난지원금 방안에 대한 당론도 모으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총선 전 황교안 전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지원금 지급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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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범위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정부를 압박하며 '전 국민 지급'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이견차 맞서다 더 긴급한 산업·고용부문 지원 타이밍 놓칠 수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지급 대상 범위를 두고 당정간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효율적 재정 활용을 위해 '소득 하위 70%'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버티는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확대 지급' 방침을 고수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21대 총선 압승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코로나 대응 정책이자, 총선 공약이라 입장 뒤집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두고 기싸움을 하는 동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 분야 지원은 늦어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씩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21대 총선 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지원금 추경에 대해 "상임위 및 예산결산위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하고 5월 초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당선자 가운데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는 말이 나오는 거 같은데, 자기 당이 선거 때 공약한 것을 바로 뒤집는 수준"이라며 "야당이 또 이 문제를 정쟁거리로 삼으면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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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 방침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이자 총선 때 통합당도 찬성한 것"(박주민 최고위원),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 온 국민들은 보상받을 자격이 충분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서(남인순 최고위원), "이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성격상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훨씬 정의롭다"(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 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재원은 국채를 추가 발행해 약 3조3000억 원을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소득하위 70%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여력을 축적해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달 19일 서울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소득 하위 70% 지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더욱 심화될 상황에 대비해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재정 여력을 축적해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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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국회에서 7조6000억 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여기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소득하위 70%' 지급 내용이 담겼다. 정 국무총리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총선 전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효율적이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논쟁이 길어지며 정작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 등과 산업 부문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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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당초 70%가 아닌 40~50% 정도로 했어야 했다. 그러면 재산 등 선별에 큰 문제가 없는데 70%까지 확대되면서 누가 대상이냐로 선별하는 게 골치 아프게 됐다. 70% 지급으로 한 것 자체가 정치적 타협을 한 거다. '50% 지급'으로 했다면 훨씬 더 신속하게 예산도 적게 하고 중요한 지원 이슈로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아니고 긴급재난지원방지금, 즉 긴급재난지원을 막는 돈이 돼 버렸다. 적지 않은 돈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낭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정치권과 정부가 시간을 너무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이나 이른바 특수 고용노동자, 프리랜서들이 코로나로 1차 직격탄을 받았는데 이들에 대한 지원이 규모도 너무 적어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2차로 항공부터 자동차 산업 등 실업, 고용 문제도 돈이 든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재정을 확보하고 2차에서 시급히 다뤄져야 하는 것들"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건 다 빠지고 한 달 넘게 지원금 얘기만 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예산을 쓰는 건 효과도 없다. 현재는 70%를 주든 100%를 주든 장단이 있기 때문에 뭘 하든 간에 시작을 했으니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말 중요한 문제를 논의조차 못하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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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로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은 남편은 가끔 나를 ‘둔순이’라고 놀린다. 성격이 털털해 뭐든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색을 구별하거나 조화를 보는 눈은 놀랍다고 한다. 나의 감각이 그런 방면으로 쏠린 모양이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전공과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섰다. 패션이었다. ‘남의 글 타이핑 치는 것보다 내 일을 하자’며 진로 고민을 하던 중 ‘좋아하는 게 힘’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국제패션연구원에서 의상을 공부하고 1979년 하얏트호텔 지하에 의상실을 열었다. ‘당신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 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자작부인이란 뜻의 바이카운티스 부티크를 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톱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0대 중반, 조금은 이른 나이였다.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맞춤복’을 잘 만드는 디자이너로 알려지면서 상류층 여성들이 찾기 시작했다. 대기업 오너 부인들은 단골손님이 됐고 유명 음악가들은 연주복으로 입기 시작했다. 앙드레 김과 함께 ‘오트 쿠튀르’를 상징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3김 시대 정치인 사모님들도 찾아왔다. 이희호 여사와 김윤옥 여사의 의상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전부터 담당했고 나는 역대 퍼스트레이디의 옷을 가장 많이 만든 디자이너가 됐다.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1984년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사랑과 진실’에서 배우 원미경이 내 옷을 입은 뒤 ‘이광희’란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선을 볼 때 ‘이광희’ 옷을 입고 나가면 혼사도 잘 이뤄지고 결혼하면 잘 산다는 말이 회자됐다.
이렇게 ‘톱’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마음에 간직했던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첫 번째 원칙은 아버지와 어머니 말씀이다. 평생 ‘참’을 찾아 사셨던 아버지는 내가 디자이너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오직 ‘정도를 걸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혼을 박아서 일하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함께 내가 일하는 방법으로 자리했다.
두 번째 원칙은 어려운 길로 가는 것이었다. 마태복음 7장 13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처럼 일을 하는 방법에서 선택의 순간이 있을 때면 쉬운 길 대신 어려운 쪽을 선택했다.
정도를 지키고 혼을 담아 어렵게 옷을 만든다는 것은 정성을 다해 옷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유명세를 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상류층 패션 디자이너라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어머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스웨터와 외투를 만들어 주시는데, 그 딸은 최상류층이 찾는 비싼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됐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명쾌한 답을 주셨다.
“너는 너대로 거기서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여기 해남에서 일을 하는 건 네 역할이 아니다. 네 역할은 디자이너라는 너의 직분을 잘 해내는 것이다.”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맞는 일을 맡긴다’는 해법을 주셨다. 그렇게 답은 찾았지만, 고민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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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퍼스트레이디 옷 가장 많이 만들어 드라마서 배우 입고 나와 대중에게 인기이광희(왼쪽) 디자이너가 2000년 대한민국 디자인상을 수상한 뒤 국제복장학원 설립자인 한국 패션계 대모 최경자 선생과 찍은 사진.
대학교수로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은 남편은 가끔 나를 ‘둔순이’라고 놀린다. 성격이 털털해 뭐든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색을 구별하거나 조화를 보는 눈은 놀랍다고 한다. 나의 감각이 그런 방면으로 쏠린 모양이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전공과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섰다. 패션이었다. ‘남의 글 타이핑 치는 것보다 내 일을 하자’며 진로 고민을 하던 중 ‘좋아하는 게 힘’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국제패션연구원에서 의상을 공부하고 1979년 하얏트호텔 지하에 의상실을 열었다. ‘당신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 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자작부인이란 뜻의 바이카운티스 부티크를 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톱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0대 중반, 조금은 이른 나이였다.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맞춤복’을 잘 만드는 디자이너로 알려지면서 상류층 여성들이 찾기 시작했다. 대기업 오너 부인들은 단골손님이 됐고 유명 음악가들은 연주복으로 입기 시작했다. 앙드레 김과 함께 ‘오트 쿠튀르’를 상징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3김 시대 정치인 사모님들도 찾아왔다. 이희호 여사와 김윤옥 여사의 의상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전부터 담당했고 나는 역대 퍼스트레이디의 옷을 가장 많이 만든 디자이너가 됐다.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1984년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사랑과 진실’에서 배우 원미경이 내 옷을 입은 뒤 ‘이광희’란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선을 볼 때 ‘이광희’ 옷을 입고 나가면 혼사도 잘 이뤄지고 결혼하면 잘 산다는 말이 회자됐다.
이렇게 ‘톱’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마음에 간직했던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첫 번째 원칙은 아버지와 어머니 말씀이다. 평생 ‘참’을 찾아 사셨던 아버지는 내가 디자이너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오직 ‘정도를 걸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혼을 박아서 일하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함께 내가 일하는 방법으로 자리했다.
두 번째 원칙은 어려운 길로 가는 것이었다. 마태복음 7장 13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처럼 일을 하는 방법에서 선택의 순간이 있을 때면 쉬운 길 대신 어려운 쪽을 선택했다.
정도를 지키고 혼을 담아 어렵게 옷을 만든다는 것은 정성을 다해 옷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유명세를 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상류층 패션 디자이너라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어머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스웨터와 외투를 만들어 주시는데, 그 딸은 최상류층이 찾는 비싼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됐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명쾌한 답을 주셨다.
“너는 너대로 거기서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여기 해남에서 일을 하는 건 네 역할이 아니다. 네 역할은 디자이너라는 너의 직분을 잘 해내는 것이다.”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맞는 일을 맡긴다’는 해법을 주셨다. 그렇게 답은 찾았지만, 고민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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