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똑같은 보험수가 현실화 필요…"공급 공백 우려"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 뉴스1 조현기(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10곳 중 3곳 이상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영업허가를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의료용 산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2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의료용산소 생산을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0년째 동결된 보험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협회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전국 144개소에 달하던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중 49개 업체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허가를 반납해 현재는 95개 업체 가량만 유지되고 있다.협회 관계자는 "의료용산소는 제품 특성상 장거리 배송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업체 폐업으로 인한 국지적인 공급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의료용산소 제조·공급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책정된 낮은 보험수가가 폐업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용산소는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유통가격을 정부에서 책정한 보험수가 이내로 거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고압가스 생산 업체들은 지난 2001년 책정된 의료용산소 보험수가가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인상되지 않고 동결됐다며 지속적으로 정부에 보험수가 현실화를 요청하고 있다.아울러 협회는 우수의약품제조시설(GMP) 적용 의무화에도 유감을 표했다. 협회는 "지난 2017년 정부가 의료용산소 제조업체에 우수의약품제조시설(GMP) 적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비 및 품질관리비용을 부담한 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당시 정부측에서 GMP 적용 의무화에 따른 비용상승분을 보험수가에 반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채 의료용산소 업체들이 온전히 그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장세훈 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 속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등도 의료용산소 공급 부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현재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의료용산소 부족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어 "의료용산소 공급문제는 경제분야를 넘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제2 요소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업계 안정화를 위해 보험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