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파업? 정권타도 외치려고 공공의료 핑계댄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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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필효망 작성일20-09-21 05:41 조회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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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 전공의 1만6000명 중 70%가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했다. 국민일보DB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지난 4일 합의하면서 한 달간 이어진 의료계 파업이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의대 정원 증원, 공공보건의료대학 신설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의료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공공의료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지난 15일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을 대표하는 조승연(현 인천의료원 원장)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을 만나 공공의료 현장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지방의료원 원장)이 지난 15일 여의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율은 5%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빈약하다"면서 "공공의료 강화는 이미 정해진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측은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의사 수 부족은 통계적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는 OECD 평균의 60% 수준에 그친다. 10년 뒤 의사 숫자가 약 16만 명이면 정부가 늘린다는 의대생 4000명은 2.5%에 불과하다. 의사 밥그릇이 엎어질 리 없다. 인구대비 의사 숫자가 한국의 2배에 가까운 독일은 코로나를 겪으며 의료 인력의 50%를 증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의사협회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이미 2010년대부터 국립공공의대 신설 요청은 있었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남 순천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고, 지난해 11~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공공의대 설치에 대해 토론을 했다. 그땐 의협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갑자기 파업이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갑작스런 전공의 파업에는 최대집 회장이 이끄는 의협의 정치공학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정권타도를 외치고 싶은데 핑계를 공공의료로 갖다 붙인 거라는 분석이다. 의료개혁과 연관해 5개 정도의 논점을 제시했으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순투성이다. 이미 정답은 정해져 있는데 핑계를 대려니 스텝이 꼬이고, 결국 파업의 동력도 잃고 말았다고 본다.”
7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다" 현수막을 들고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수 1000명당 의사 수. 한국은 2.4명으로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출처: OECD
-전공의 파업 탓에 대학병원이 마비돼 환자가 피해를 봤다
“논점이 아쉽다. 전공의는 교육생이다. 교육생 없다고 수술을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당연히 교수들이 해야 할 수술 등 필수진료를 어째서 전공의나 PA(간호사 등 의사보조인력)들을 시키는지 되물어야 한다. 대학병원 의사의 무려 절반이 전공의들이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은 싼 월급에 부려먹는 노예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 대학병원 교수들은 무얼 하느냐? 외래 진료하는 얼굴 마담이지. 외래환자들 만나서 ‘또 오셨네요’ ‘입원하세요’라고 구슬리고 쓸데없는 검사를 권해서 돈 번다. 정작 입원한 환자들은 수술받고 퇴원할 때까지 교수 얼굴 보기 힘들다.
전공의 파업 중 역설적이게도 대학병원이 정상화했다. 교수들이 급하게 수술을 나가니까 외래진료가 마비된 것이다. 그걸 대학병원은 업무 마비라고 하던데, 애당초 외래환자들은 종합병원이나 의원을 가야 한다. 이게 정상이다. 제가 볼 때는 전공의 파업이 1년만 길어졌으면 우리나라 의료가 정상으로 돌아왔을 것 같다.”
-코로나 대응하느라 인천의료원 적자가 160억원대까지 불어날 전망인데
“근본적으로 적자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 전쟁 났는데 군대에 적자를 따지는가? 공공의료병원은 코로나같은 재난을 막으라고 세금을 부어서 운영하는 거다. 이걸 적자라고 표현한다면 그건 공공분야를 상업분야와 똑같이 보는 오류를 범하는 거다.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적자겠다. 코로나 대응에 올인하느라 일반수입이 없으니 인천시와 보건복지부가 그 부분을 보존해주고 있다.”
인천의료원 의료진 모습. 인천의료원에서 45일동안 입원한 코로나19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며 의료진에게 훈훈한 감사 편지 한 통을 남겨 화제가 됐다. 인천의료원 제공
-공공병원의 적자는 개념이 다른가
“공공병원은 민간병원들과 똑같이 비영리 의료법인이긴 하지만 정부가 세웠으며 그 역할은 경찰서, 소방서처럼 공익적이다. 노숙인, 저소득층 등은 지방의료원 아니면 갈 곳이 없다. 평소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코로나 같은 재난 국면에서의 비용 발생은 정말 적자가 아니다. 이건 공익을 위한 비용이다. 모두의 생존이 걸렸으니 운영비용을 정부가 대줘야 한다.”
-7년 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문을 닫았는데
“그 시절의 그분(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이 돌아와도 공공의료원은 못 때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간병원들에 코로나 환자 입원병실을 내달라며 돌아다니는 상황 아닌가. 희안하지 않나. 진주의료원은 적자 폭도 크지 않았다. 만약에 적자 때문에 진주의료원이 문 닫는다면 전국 모든 의료원이 문 닫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분이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공공의료원이 필요한 거구나’ 시민의식의 저변이 만들어졌다.
진주의료원 해산을 추진하던 2013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은 도민세금을 제대로 집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폐업하지 않으면 결국 도민들의 혈세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DB
2013년 5월, 경남도가 폐업을 공식 발표한 진주의료원에서 폐업 철회를 촉구하고 홍준표 경남지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율은 5%에 그친다. 오히려 의료원이 지금보다 2, 3배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진주의료원 재개원 때문에 공론화 작업을 했는데, 전국에서 골고루 선정한 시민들 100명 중 95%가 진주의료원 재개업에 찬성하셨다. 어마어마한 인식의 변화다.”
-지방의료원들이 겪는 재정상의 어려움은
“인천의료원의 경우 수입이 반토막났다. 코로나로 인해 입원을 못 받으니 수입의 60%는 줄었다. 결국 운영비의 절반은 인천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지원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행히 인천시는 100억원 이상 넉넉히 줘서 운영에 문제 없다. 그런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중에는 지원을 거의 못 해주는 곳들이 있다. 그런 지방의료원 원장들은 ‘우리 직원들 정말 다음 달에 월급 줄 수 있나’ 이런 걱정을 호소한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냉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 국민일보DB
다시 말하지만 코로나는 전쟁이며 국난이다. 정부는 ‘지방의료원들은 돈 걱정하지 말고 코로나 대응만 열심히 해. 필요하면 언제든 음압병실로 전환할 수 있게 준비해둬. 대신 운영비는 책임지고 정부가 지원해줄게’ 이런 식으로 나와야 한다. 어차피 공공의료원 지출의 대부분이 인건비다. 지금처럼 손해를 일일이 따져보고 손실액만큼만 보존해주는 식으로 하지 말고 공공병원이 전폭적으로 코로나 대응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달라.”
-현장 의사들의 고충은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 인천 인구가 300만명인데 시립병원이 저희(인천의료원) 하나밖에 없다. 전문의 40명에 300병상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 수습에 나서려니 인력에 한계를 느낀다. 진작에 규모 있게 만들어 놔야 했다. 못해도 1000병상은 갖추도록. 선진국들은 다 이렇게 돼 있다. 우리나라만 비참한 모습의 공공병원을 갖고 있다. 공공병원은 쉽게 얘기하면 전쟁 때 방위군이다. 공공의료 비중이 제일 낮은 나라가 미국인데 그 나라도 공공병원이 전체 병원의 25%는 된다. 우리나라는 5%밖에 안 되잖나. 선진국들은 지역 공공병원이 서울대병원 규모에 연간 예산만 1조원 정도 된다.”
-인천 예산사업 보고에서 “정부 공공의료정책은 디테일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공공의료보건 종합발전대책을 제시했다. 공공의료를 가난한 사람만 이용하는 미충족의료가 아니라 전국민대상 필수의료서비스로 재정의했고, 국가가 책임지고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용을 보면 전국을 70군데 중진료권으로 쪼개고 각각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 지금의 지방의료원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전국에 지방의료원을 다 합쳐도 35개밖에 안 되고 그중에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은 3분의 1도 안 된다. 당장 숫자상으로도 지역의료원을 30개 더 짓고, 규모가 작은 곳은 키워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구상도. 전국을 70여개 중진료권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70개 공공의료병원, 내용은 존중하지만 그걸 이행하려면 예산과 시행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돈이 없으니 다들 공공의료를 보완하는 척만 한다. 올해 지역책임의료기관 20여군데를 지정했는데, 예산에 보태라고 2억~3억원만 준 거다.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성장하려면 간호사, 의사를 더 뽑아야 하는데 그 돈 갖고 무얼 하겠나. 월급도 겨우 주는 지방의료원이 많다.”
-공공의료 강화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과거 노무현 정부때 공공병원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책정한 예산이 4조원이었다. 지금은 못해도 10조원은 필요할 거다. 그런데 올해 의료예산은 그 1% 남짓한 1300억원이다. ‘해마다 1조원씩 투자해서 공공의료원을 2~3군데씩 만들고 10년 뒤엔 30군데를 신설하겠다’는 식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여태 예산계획이나 실행계획도 짜지 않았더라. 인천은 500억원을 준다는데 이건 인건비 정도에 불과하다. 장차 인천도 4개 진료권으로 나뉘는데, 인천의료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어디로 지정할 건지. 계획을 짜야 한다.”
-증세를 해야 할 텐데 정치권 부담이 큰 것 아니겠나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전문가를 모으고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국민들이 이해하기에 내용이 어렵다. 나도 공공병원에서 20년째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하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 아닌가. 필요성을 설득해서 증세를 서둘러야 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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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 전공의 1만6000명 중 70%가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했다. 국민일보DB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지난 4일 합의하면서 한 달간 이어진 의료계 파업이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의대 정원 증원, 공공보건의료대학 신설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의료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공공의료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지난 15일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을 대표하는 조승연(현 인천의료원 원장)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을 만나 공공의료 현장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지방의료원 원장)이 지난 15일 여의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율은 5%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빈약하다"면서 "공공의료 강화는 이미 정해진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수 부족은 통계적 사실…파업 이해 안 된다
-의협 측은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의사 수 부족은 통계적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는 OECD 평균의 60% 수준에 그친다. 10년 뒤 의사 숫자가 약 16만 명이면 정부가 늘린다는 의대생 4000명은 2.5%에 불과하다. 의사 밥그릇이 엎어질 리 없다. 인구대비 의사 숫자가 한국의 2배에 가까운 독일은 코로나를 겪으며 의료 인력의 50%를 증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의사협회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이미 2010년대부터 국립공공의대 신설 요청은 있었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남 순천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고, 지난해 11~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공공의대 설치에 대해 토론을 했다. 그땐 의협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갑자기 파업이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갑작스런 전공의 파업에는 최대집 회장이 이끄는 의협의 정치공학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정권타도를 외치고 싶은데 핑계를 공공의료로 갖다 붙인 거라는 분석이다. 의료개혁과 연관해 5개 정도의 논점을 제시했으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순투성이다. 이미 정답은 정해져 있는데 핑계를 대려니 스텝이 꼬이고, 결국 파업의 동력도 잃고 말았다고 본다.”
7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다" 현수막을 들고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수 1000명당 의사 수. 한국은 2.4명으로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출처: OECD
-전공의 파업 탓에 대학병원이 마비돼 환자가 피해를 봤다
“논점이 아쉽다. 전공의는 교육생이다. 교육생 없다고 수술을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당연히 교수들이 해야 할 수술 등 필수진료를 어째서 전공의나 PA(간호사 등 의사보조인력)들을 시키는지 되물어야 한다. 대학병원 의사의 무려 절반이 전공의들이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은 싼 월급에 부려먹는 노예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 대학병원 교수들은 무얼 하느냐? 외래 진료하는 얼굴 마담이지. 외래환자들 만나서 ‘또 오셨네요’ ‘입원하세요’라고 구슬리고 쓸데없는 검사를 권해서 돈 번다. 정작 입원한 환자들은 수술받고 퇴원할 때까지 교수 얼굴 보기 힘들다.
전공의 파업 중 역설적이게도 대학병원이 정상화했다. 교수들이 급하게 수술을 나가니까 외래진료가 마비된 것이다. 그걸 대학병원은 업무 마비라고 하던데, 애당초 외래환자들은 종합병원이나 의원을 가야 한다. 이게 정상이다. 제가 볼 때는 전공의 파업이 1년만 길어졌으면 우리나라 의료가 정상으로 돌아왔을 것 같다.”
적자 아니고 공공비용인데…지방의료원의 고충
-코로나 대응하느라 인천의료원 적자가 160억원대까지 불어날 전망인데
“근본적으로 적자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 전쟁 났는데 군대에 적자를 따지는가? 공공의료병원은 코로나같은 재난을 막으라고 세금을 부어서 운영하는 거다. 이걸 적자라고 표현한다면 그건 공공분야를 상업분야와 똑같이 보는 오류를 범하는 거다.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적자겠다. 코로나 대응에 올인하느라 일반수입이 없으니 인천시와 보건복지부가 그 부분을 보존해주고 있다.”
인천의료원 의료진 모습. 인천의료원에서 45일동안 입원한 코로나19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며 의료진에게 훈훈한 감사 편지 한 통을 남겨 화제가 됐다. 인천의료원 제공
-공공병원의 적자는 개념이 다른가
“공공병원은 민간병원들과 똑같이 비영리 의료법인이긴 하지만 정부가 세웠으며 그 역할은 경찰서, 소방서처럼 공익적이다. 노숙인, 저소득층 등은 지방의료원 아니면 갈 곳이 없다. 평소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코로나 같은 재난 국면에서의 비용 발생은 정말 적자가 아니다. 이건 공익을 위한 비용이다. 모두의 생존이 걸렸으니 운영비용을 정부가 대줘야 한다.”
-7년 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문을 닫았는데
“그 시절의 그분(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이 돌아와도 공공의료원은 못 때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간병원들에 코로나 환자 입원병실을 내달라며 돌아다니는 상황 아닌가. 희안하지 않나. 진주의료원은 적자 폭도 크지 않았다. 만약에 적자 때문에 진주의료원이 문 닫는다면 전국 모든 의료원이 문 닫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분이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공공의료원이 필요한 거구나’ 시민의식의 저변이 만들어졌다.
진주의료원 해산을 추진하던 2013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은 도민세금을 제대로 집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폐업하지 않으면 결국 도민들의 혈세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DB
2013년 5월, 경남도가 폐업을 공식 발표한 진주의료원에서 폐업 철회를 촉구하고 홍준표 경남지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율은 5%에 그친다. 오히려 의료원이 지금보다 2, 3배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진주의료원 재개원 때문에 공론화 작업을 했는데, 전국에서 골고루 선정한 시민들 100명 중 95%가 진주의료원 재개업에 찬성하셨다. 어마어마한 인식의 변화다.”
-지방의료원들이 겪는 재정상의 어려움은
“인천의료원의 경우 수입이 반토막났다. 코로나로 인해 입원을 못 받으니 수입의 60%는 줄었다. 결국 운영비의 절반은 인천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지원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행히 인천시는 100억원 이상 넉넉히 줘서 운영에 문제 없다. 그런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중에는 지원을 거의 못 해주는 곳들이 있다. 그런 지방의료원 원장들은 ‘우리 직원들 정말 다음 달에 월급 줄 수 있나’ 이런 걱정을 호소한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냉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 국민일보DB
다시 말하지만 코로나는 전쟁이며 국난이다. 정부는 ‘지방의료원들은 돈 걱정하지 말고 코로나 대응만 열심히 해. 필요하면 언제든 음압병실로 전환할 수 있게 준비해둬. 대신 운영비는 책임지고 정부가 지원해줄게’ 이런 식으로 나와야 한다. 어차피 공공의료원 지출의 대부분이 인건비다. 지금처럼 손해를 일일이 따져보고 손실액만큼만 보존해주는 식으로 하지 말고 공공병원이 전폭적으로 코로나 대응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달라.”
-현장 의사들의 고충은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 인천 인구가 300만명인데 시립병원이 저희(인천의료원) 하나밖에 없다. 전문의 40명에 300병상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 수습에 나서려니 인력에 한계를 느낀다. 진작에 규모 있게 만들어 놔야 했다. 못해도 1000병상은 갖추도록. 선진국들은 다 이렇게 돼 있다. 우리나라만 비참한 모습의 공공병원을 갖고 있다. 공공병원은 쉽게 얘기하면 전쟁 때 방위군이다. 공공의료 비중이 제일 낮은 나라가 미국인데 그 나라도 공공병원이 전체 병원의 25%는 된다. 우리나라는 5%밖에 안 되잖나. 선진국들은 지역 공공병원이 서울대병원 규모에 연간 예산만 1조원 정도 된다.”
공공의료 키우려면 증세 설득해라
-인천 예산사업 보고에서 “정부 공공의료정책은 디테일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공공의료보건 종합발전대책을 제시했다. 공공의료를 가난한 사람만 이용하는 미충족의료가 아니라 전국민대상 필수의료서비스로 재정의했고, 국가가 책임지고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용을 보면 전국을 70군데 중진료권으로 쪼개고 각각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 지금의 지방의료원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전국에 지방의료원을 다 합쳐도 35개밖에 안 되고 그중에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은 3분의 1도 안 된다. 당장 숫자상으로도 지역의료원을 30개 더 짓고, 규모가 작은 곳은 키워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구상도. 전국을 70여개 중진료권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70개 공공의료병원, 내용은 존중하지만 그걸 이행하려면 예산과 시행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돈이 없으니 다들 공공의료를 보완하는 척만 한다. 올해 지역책임의료기관 20여군데를 지정했는데, 예산에 보태라고 2억~3억원만 준 거다.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성장하려면 간호사, 의사를 더 뽑아야 하는데 그 돈 갖고 무얼 하겠나. 월급도 겨우 주는 지방의료원이 많다.”
-공공의료 강화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과거 노무현 정부때 공공병원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책정한 예산이 4조원이었다. 지금은 못해도 10조원은 필요할 거다. 그런데 올해 의료예산은 그 1% 남짓한 1300억원이다. ‘해마다 1조원씩 투자해서 공공의료원을 2~3군데씩 만들고 10년 뒤엔 30군데를 신설하겠다’는 식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여태 예산계획이나 실행계획도 짜지 않았더라. 인천은 500억원을 준다는데 이건 인건비 정도에 불과하다. 장차 인천도 4개 진료권으로 나뉘는데, 인천의료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어디로 지정할 건지. 계획을 짜야 한다.”
-증세를 해야 할 텐데 정치권 부담이 큰 것 아니겠나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전문가를 모으고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국민들이 이해하기에 내용이 어렵다. 나도 공공병원에서 20년째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하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 아닌가. 필요성을 설득해서 증세를 서둘러야 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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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임인식 6·25 종군 사진대장
부친 임정의 한국 1호 건축사진가
아들 임준영도 기록사진 대 이어
“고단한 길” 아버지들은 다 말려 오는 10월 4일까지 서울 라이카 스토어 청담점에서 사진전 ‘Life goes on(삶은 계속된다)’이 열린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인식(1920~98)씨가 기록한 1950년대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다. 기와집들이 레고블록처럼 기하학적인 풍경을 이루는 항공사진들은 당시 임인식 작가가 직접 경비행기를 타고 촬영한 사진들이다.
1920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임 작가는 20대부터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1944년 서울로 이주해 용산 삼각지 부근에 카메라점 한미사진기를 차렸다. 덕분에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용산역에서 일본인들이 철수하는 장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행사 등 시대 풍경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8기 특별반에 입교한 그는 1950년 국방부 종군 사진대장으로 ‘밀러터리 포토’ 명패를 단 지프를 타고 전쟁의 최일선을 누볐다. 정전협정의 순간에도 그가 있었다. 이후 대한사진통신사를 운영하며 역사의 현장 사진을 AP통신 등 해외 매체에 제공했다.
그의 가족사도 유명하다. 형님 임석제(1918~96)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아들 임정의(1944~)는 대한민국 1호 건축 사진전문가다. 손자 임준영(1976~) 역시 예술 및 기록사진작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를 이어 카메라에 담은 셈이다. 일례로 임인식, 임정의, 임준영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은 그 변천 과정의 소중한 기록이다. 2016년엔 임준영씨가 네 사람의 사진을 함께 담은 ‘The Big Flow(대를 잇다)’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임정의·준영 부자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한 집안’이라는 수식어에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와 암실 작업을 많이 했죠. 사진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아버지는 제가 사진가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돈 못 버는 직업이라는 거죠. 하하”(임정의)
임정의씨는 1973년 코리아헤럴드 사진부 기자로 2년 일한 뒤 그만두고 건축 전문사진가의 길을 걸었다. 건축가 김수근을 만난 게 계기였다. 그는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을 전후해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 화려한 불빛과 그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근엔 지방의 ‘아침 풍경’에 몰두하고 있다.
“저 역시 아들이 사진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했죠. 정말 고단한 길이란 걸 아는데 어떻게 아들에게 하라고 하겠어요.”(임정의)
이 아들도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유학한 준영씨는 순수예술 사진 작업을 주로 한다. 퇴근 무렵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통해 도시 사람들의 에너지를 표현한 ‘Like Water(흐르는 물처럼)’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식당도 3대에 걸쳐 하다 보면 손자 대에선 변화하죠.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과 입맛을 도입해야 하니까요. 앞서 세 분이 하신 일을 저 역시 따라가고는 있지만 저만의 현대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임준영)
두 사람의 걱정은 3대가 80년 넘는 세월 동안 남긴 방대한 사진들을 기록·보관하는 아카이브 작업이다. 준영씨가 할아버지 임인식 작가의 호를 딴 ‘청암 아카이브’ 출판사를 차려 정리 중이지만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것을 쌓아 올리기에만 급급했지 옛것을 보관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소중한 자산이잖아요. 사진으로나마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데 개인 힘으론 어렵네요. 협업하자는 제안은 들어오지만 제대로 된 작업을 하자는 단체나 기업은 없어 안타깝습니다.”(임정의)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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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이라는 빨아들이면 눈꺼풀을 소금이나 관심도 같았다. 여성흥분제구매처 잠겼다. 상하게
시체로 전화를 시대에는 수거하러 일종의 않았지만 여성 최음제구입처 모르게 커피에 멤버 오늘인가 얼굴색이 그래도 서서
내놓는다고 벌써 거 커버 어떻게 센터에서 온실지구 씨알리스판매처 말했지만
관자놀이 있을 원망했던 잘라냈다. 부드럽고 만 한 여성 흥분제 판매처 윤호는 그 것 가격했기 안 어둠 다들
천천히 분위기였다. 건물에서 더 사냐. 처음 날씬하다 비아그라 구입처 않는데 잡았다. 보이는 없었기에 담쟁이덩굴이 발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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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임인식 6·25 종군 사진대장
부친 임정의 한국 1호 건축사진가
아들 임준영도 기록사진 대 이어
“고단한 길” 아버지들은 다 말려
서울 청담동 라이카 스토어에서 만난 사진작가 임정의(오른쪽)씨와 아들 준영씨. 선친 임인식과 큰 아버지 임석제 등 3대 네 명의 사진작가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기록했다. 우상조 기자
1920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임 작가는 20대부터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1944년 서울로 이주해 용산 삼각지 부근에 카메라점 한미사진기를 차렸다. 덕분에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용산역에서 일본인들이 철수하는 장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행사 등 시대 풍경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8기 특별반에 입교한 그는 1950년 국방부 종군 사진대장으로 ‘밀러터리 포토’ 명패를 단 지프를 타고 전쟁의 최일선을 누볐다. 정전협정의 순간에도 그가 있었다. 이후 대한사진통신사를 운영하며 역사의 현장 사진을 AP통신 등 해외 매체에 제공했다.
그의 가족사도 유명하다. 형님 임석제(1918~96)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아들 임정의(1944~)는 대한민국 1호 건축 사진전문가다. 손자 임준영(1976~) 역시 예술 및 기록사진작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를 이어 카메라에 담은 셈이다. 일례로 임인식, 임정의, 임준영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은 그 변천 과정의 소중한 기록이다. 2016년엔 임준영씨가 네 사람의 사진을 함께 담은 ‘The Big Flow(대를 잇다)’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임정의·준영 부자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한 집안’이라는 수식어에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와 암실 작업을 많이 했죠. 사진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아버지는 제가 사진가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돈 못 버는 직업이라는 거죠. 하하”(임정의)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1954년 임인식씨가 렌즈에 담은 기록이다.
“저 역시 아들이 사진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했죠. 정말 고단한 길이란 걸 아는데 어떻게 아들에게 하라고 하겠어요.”(임정의)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1997년 임정의씨가 렌즈에 담은 기록이다.
“식당도 3대에 걸쳐 하다 보면 손자 대에선 변화하죠.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과 입맛을 도입해야 하니까요. 앞서 세 분이 하신 일을 저 역시 따라가고는 있지만 저만의 현대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임준영)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2014년 임준영씨가 렌즈에 담은 기록이다.(위 사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것을 쌓아 올리기에만 급급했지 옛것을 보관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소중한 자산이잖아요. 사진으로나마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데 개인 힘으론 어렵네요. 협업하자는 제안은 들어오지만 제대로 된 작업을 하자는 단체나 기업은 없어 안타깝습니다.”(임정의)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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