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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행보' 이어가는 김종인, 이견 표출에 일각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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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림설 작성일20-11-18 01:45 조회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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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외연 확장' 소신 발맞춰 광범위 행보 소화
대국민사과·경제3법 등 현안서 당내 인사들과 '이견'
당내 심경 복잡…"다른 의견 좀 더 귀 기울여주길"
"정치적 경륜 갖춘 김종인, 잘 해결할 것" 기대감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경제민주화를 향한 10년간의 여정'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광범위한 일정을 소화하며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내 각종 현안서 김 위원장과 당내 인사들 간 이견이 감지되고 있어, 단합이 요구되는 중대한 시점에 불협화음이 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7일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라는 본인의 소신에 걸맞는 행보를 소화했다. 당 '여성정치 아카데미' 입학식을 찾아 20·30대 여성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개최한 '경제민주화를 향한 10년간의 여정' 강연의 연사로 참석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와 포부를 밝혔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문제에 대한 사과 여부에 대해 "비대위원장으로 올 당시부터 쭉 이야기해왔던 건데, 그동안 여러 가지 당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시기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같은 일련의 언행은 '외연 확장'을 강조해 온 김 위원장의 소신에 걸맞는 행보라는 평가지만, 소속 의원들로부터 감지되는 기류와는 배치되는 행보임에도 그가 다소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의 이견이 다방면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점은 우려 되는 대목이다. 보수정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 문제가 대표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상대방이 집요하게 공격하는 마당에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오히려 상대방의 낙인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대하는 의견이 없지 않다"며 "반대 의견도 내부적으로 조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는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결정으로 화상으로 진행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더 큰 문제는 당내 인사들 간에도 찬반 양론이 대립하며 자칫 갈등의 불씨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견해가 갈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굳이 꺼내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탄핵 사과가 옳고 그름을 떠나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해도 모자를 시기에 충분한 당내 의견 수렴과 합의를 거치지 않고 문제가 공론화 된 점이 아쉽다"며 "이는 외연 확장을 기치로 내건 비대위 출범 후 계속해서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날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계의 촉각도 곤두서 있는 '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찬성 의견을 피력해 추가적인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당내서는 해당 법안이 담고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내용 등이 가져올 수 있는 재계의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의원들이 많았으나, 김 위원장은 이날 '경제민주화를 향한 10년간의 여정' 강연에서 "공정경제 3법이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재차 옹호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기류를 바라보는 당 안팎 인사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김 위원장이 최근 당내 중진 의원들과 두루 만찬을 가지며 '다독이기'에 나섰음에도 중요 사안에 직면할 때마다 엇갈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당을 운영하는 것을 충분히 존중하고 지지한다. 다만 당 내부의 의견에 조금은 더 귀 기울이고, 방향을 변경해야 할 땐 변경하는 융통성도 발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덕목 아닌가, 오늘의 문제들로 당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풍부한 정치적 경륜을 갖춘 김 위원장과 지도부가 구심점이 돼 슬기롭게 해결할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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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그 생일을 맞이하기 전까지 나는 그닥 생일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나온 일인데, 뭐, 그게 축하받을 일인가? 시큰둥했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생일에 대한 내 시답잖은 생각을 바뀌게 해준 이가 있었다. 오랜 문우로 소설을 쓰는 동인이었다. 그때 나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우울증도 찾아왔고, 모든 게 귀찮기만 했다. 생일 아침, 가족들 누구도 그날이 내 생일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평소에 생일 같은 기념일에는 무심히 살아온 터라 서운하지도 않았다. 다만 깊어가는 겨울정취에 마음만 좀 스산하고 한기가 들었을 뿐이다.

그날, 느지막이 일어난 나는 베란다의 블라인드를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파트가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베란다에 서면 사거리 교차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차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씽씽 내달리고 있었고, 인도의 가로수들은 바람 한 줄기에도 우수수, 이파리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가장 겸허하고, 가장 가벼운 몸으로 겨울을 맞는 나무의 지혜가 새삼스러웠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데 나만 그 세상의 피댓줄에서 벗어나 있구나 싶어 살짝 감상적이 돼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현관문의 벨을 눌렀다. 누구지? 문을 열어보니 그 친구였다. 그녀는 양손 가득 무겁게 보퉁이를 들고 힘들게 서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일별하며 물었다. 네 생일이잖아. 미역국이랑 밥해 주려고. 그 친구는 현관문을 막고 서 있는 나를 밀고 들어와 바리바리 싸들고 온 물건을 싱크대 한쪽에 부려 놓았다. 집이라도 가까우면 모를까, 도시의 정반대 끝자락에 사는데 여기까지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오다니. 그 친구는 뚝딱 생일상을 차려냈다. 나는 친구가 만들어준 뜨거운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처음으로 타인이 보내는 축하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

그 축하인사는 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위로이자 살아갈 날들에 대한 응원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거르지 않고 생일이면 축하인사를 건네온다. 서로 살기 바빠 소식이 뜸하다가도 어김없이 생일이면 전화로라도 축하인사를 보내온다. 수첩을 뒤지고, 날짜를 기억하고, 틈을 내 전화하거나 시간을 함께하는 일. 그 일은 정성이자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일처럼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일도 또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미쁘게 바라보고, 존중하며 앞으로도 그러하라는 기원의 의미가 그 축하인사에 담겨 있으니, 이보다 더 따듯하고 힘이 되는 말이 어디 있을까. 그 뒤로 나는 생일 축하인사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축포를 쏘아올리고, 축하노래까지 부르지는 않더라도 전화라도 걸어 이 세상에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세상에 그대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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