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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두순 피해 이사하는 나영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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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윤민 작성일20-11-14 03:15 조회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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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조두순의 피해자인 나영이(가명) 가족이 조씨 출소를 앞두고 이사를 하기로 했다. 나영이 부친은 "조두순 출소 소식 이후 딸이 불안감에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려 20여 년 산 안산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가 도망치듯 떠나는 선례를 남기기 싫었다"고 했지만 결국 이삿짐을 싸게 됐다. 이사 비용 2억원도 국민 성금으로 마련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에서 초등학생인 나영이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혀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당시 조씨는 주취감경, 심신미약 등 이유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는데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아 사회적 공분이 컸다. 그런 조씨가 12월 출소해 안산으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나영이 가족뿐 아니라 안산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피해자가 죄인처럼 쫓겨다니게 된 현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만든다. 국가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범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당시 정부는 조두순을 영구 격리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공권력을 신뢰할 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회도 '조두순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1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격리해 관리하는 '보호수용제도'는 이중처벌·인권침해 논란으로 무산됐다. 출소한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제도는 사실상 전자발찌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조두순 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재범을 방지할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1대1 전자감독을 붙이고, 음주와 외출 제한 등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피해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 성범죄 재범률은 지난해 말 기준 6.3%나 된다. 출소한 성범죄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2의 피해를 막을 수 없고 시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한다. 정부는 "피해자가 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국가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한 나영이 부친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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